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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구글어스(Google Earth)로 탈북민 375명 인터뷰해 ‘북한 인권범죄 지도’ 작성, 조사시스템 개발 2년만에 첫 보고서

작성일
2019-11-0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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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포일자: 2017년 7월 19일

 

인권단체, 구글어스(Google Earth)로 탈북민 375명 인터뷰해 ‘북한 인권범죄 지도’ 작성, 조사시스템 개발 2년만에 첫 보고서 

<북한 반인도범죄 매핑: 집단매장지, 살해장소, 문서증거 보관 추정지> 

 

■ 가장 많이 파악된 유형은 총살장소, 375명이 북한 전역 걸쳐 290 곳 지목

■ 집단매장 추정지, 시체 소각장 등 시신처리장소 현재까지 47곳 파악한 상태

■ 캄보디아 킬링필드, 구유고 스레브레니차 집단학살 등 세계의 인권참상 교훈,  “책임자들 처벌하려면 인권범죄 현장부터 확보해 증거인멸 최소화해야”

■ 탈북민 설문해보니 응답자 약 80% “피해사망자 유해 발굴 필요”

■ 유해 발굴 지지 이유로 “가해자 조사-재판 도움될 증거이기 때문에”, “진상 밝히기 위해”, “유가족 돕고 피해사망자 추모하기 위해” 순으로 꼽아



서울의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지난 2 년 동안 구글어스(Google Earth)를 이용해 375 명의 탈북민을 인터뷰하고, 북한에서 벌어져온 인권범죄 현장들의 위치를 디지털 지도로 구현할 수 있는 ‘북한 반인도범죄 매핑’ 시스템을 구축했다.

 

처음 공개하는 이번 보고서에는 조사기록방법을 공개 가능한 범위까지 설명하고, 그동안 파악된 북한 내 인권유린 피해 사망-실종자 집단매장 추정지와 공개 또는 비공개 처형장소 현황을 밝혔다. 또한 각급 국가정보기관, 지역별 경찰기관, 군부대 등 인권유린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관이나 각급 행정기관 등 문서화된 형태의 기록이나 유용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만한 위치들을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 선별한 지도들로 예시하고 있다. 이러한 위치들을 미리 파악해두면, 향후 북한의 인권범죄 가해자들에게 포괄적 사면(blanket amnesty)이 주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중대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필요한 증거물들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데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4년 봄,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북한 지도부와 인권범죄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국제사회가 행동할 것을 촉구한 것에 부응하여, 인권유린을 면밀하게 기록하는 위치 기반 데이터(location-based data)를 구축하여 향후 북한 정권 지도부에 대한 책임규명 조치를 뒷받침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되었다. 또한 인권침해 유형이나 인물정보를 중심으로 ‘사건 기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온 시민사회 인권단체와 정부조직이 여러 곳 존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이 프로젝트의 초점인 ‘위치 기반’ 조사와 기록활동으로 현존하는 다른 북한인권조사기록들을 보완하고자 하는 목표도 갖고 있다. 시각화되는 지도와 관련 증언은 수십 년에 걸쳐 계속되어온 인권유린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만한 그림을 제공한다. 지금은 조사 초기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경향성들도 떠오르고 있다. 이번 첫 보고서에 반영된 조사결과는 매장지들이 대개 주거지역에서 떨어진 산악지역에 분포하지만, 감옥 주변이나 일반묘지 구역에도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살해장소는 강둑, 시장, 교량 근처, 구류 및 수감시설, 야외경기장에 위치한 경향성을 보인다. 비록 지금은 현장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수사에 입각한 분석은 실행하기 어렵지만, 이 조사는 인권범죄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중요한 첫 단계에 해당한다.

 

가장 많이 파악된 유형은 총살이 벌어진 곳인데, 조사에 참여한 375명의 탈북민이 위성지도를 이용해 북한 전역에 걸쳐 290곳을 지목하였다. 다만, 여러 사람이 같은 곳을 지목했을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 같은 곳이거나 매우 근접하여 같은 곳으로 간주될 수 있는 곳인지 판별하는 분석 작업이 필요하다. 매장지나 시체처리장소로 지목된 곳들에 대해서는 이러한 위치 묶기 작업을 완료하였으나, 공개총살 등 살해장소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1990년대에는 교수형이 종종 집행되다가 국제사회의 비판과 인권개선 압력이 고조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거의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 조사에서도 교수형 시기와 위치정보가 함께 확보된 총 30건 중에서 2005년 이후의 교수형은 한 건이었고, 집행된 해는 2012년으로 기록되었다.

 

집단매장 추정지와 시체 소각장 등 시신처리장소는 375명과의 인터뷰로 47곳이 파악되었는데, 관리소나 교화소 같은 수감시설 밖 근처에 위치하거나, 지역주민들이 발견하지 못하도록 민가로부터 떨어진 외진 곳인 경향성을 보였다. 몇몇 증언자는 한 구덩이에 10-15명 정도의 시체가 집단 매장된 곳들의 위치를 지목하였다. 파악된 매장 추정지로부터 1-4km 반경 이내에서 수십 회 이상 살해장소들이 함께 지목되는 경우들도 더러 있었다.

 

현재까지 파악된 매장지와 살해장소들 중 대부분은 함경북도에 위치하는데, 이는 인터뷰한 총 375명의 탈북민 중 58.9%(221명)가 이 지역 출신이라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사의 현 단계에서는 각 도별 인터뷰 참여자 수가 늘어날수록 이들이 지목하는 추정 매장지 및 시체처리장소와 살해장소들도 대체로 늘어나는 잠정적인 정비례 관계가 나타나고 있지만, 살해와 암매장이 몇몇 지방에서 편중되어 벌어졌던 것인지, 지역별 차이가 별로 없는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요구된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매핑 프로젝트의 경과뿐만 아니라 병행하여 진행하고 있는 탈북민 여론조사 결과의 일부도 소개한다. 설문조사로 주요한 책임규명 메커니즘에 관한 탈북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여러 가능한 조치들 중에서 가해자 형사소추, 진실규명, 피해 배상, 향후 북한지역에서의 매장지 현장조사와 유해발굴 방향 등에 관한 문항들도 포함하고 있다.

 

주요 응답결과는,

 

■ 272명 중 79.41%가 피해사망자 유해 발굴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응답했다. 유해 발굴 지지 이유로는 “가해자 조사-재판 도움될 증거이기 때문에”, “진상 밝히기 위해”, “유가족 돕고 피해사망자 추모하기 위해” 순으로 꼽았다.

 

■ 북한에 전환기가 도래한다면 유해 발굴과 경제기반시설 건설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8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추진되어야 한다 또는 유해 발굴이 먼저여야 한다고 답해, 개발보다 인권을 중시하는 선호를 보였다.

 

■ 인권유린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것에 대해서는 94.8%의 긍정 응답으로 강하게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성별, 북한에서의 폭력 피해 경험, 남한 정착 후 거주기간에 따른 차이도 거의 없었다. 다만, 나이에서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선호도가 대체로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인 결과, 7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는 책임규명을 선호하는 비율이 10-20대보다 14% 이상 높은 압도적 지지를 보였다.

 

■ 북한에서 인권유린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지 묻는 질문에서는, 처벌 성격의 조치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자신들의 잘못을 고백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구하게 하는 회복적 조치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죄를 사면하거나 용서하는 조치들에 대한 선호도는 낮았다.

 

■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배상 필요성을 탈북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82%는 배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하였다. 인권유린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 입장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더 높아졌고, 북한에서 폭력 피해를 경험하였다고 밝힌 응답자들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증거수집: 정보기술과 법과학을 활용한 인권조사기록 국제회의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2017년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유럽, 북미,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세계 10개국 이상에서 국제형사법, 인권조사, 데이터과학, 정보기술, 법과학 등 관련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과 실천가들을 서울로 초청하여 <증거 수집: 정보기술과 법과학을 활용한 인권조사기록> 국제회의와 실무워크숍을 개최한다. 인권과 법, 인권조사기록 방법, 증거와 법과학을 이용한 인권범죄수사 등이 중심주제다. 25 일 아산정책연구원 강당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는 누구나 참석가능하고, 26-27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리는 실무워크숍은 시민사회단체로만 제한되며 초청자에 한해 참석할 수 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Transitional Justice Working Group, TJWG)은 5 개국 출신 인권 운동가와 연구자들이 2014 년 서울에 설립한 인권옹호그룹이다. 북한을 포함하여 세계의 억압적 정권들이 저질러온 인권참상에 대응하고자 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 실현에 초점을 둔 단체로서는 한반도에 설립된 첫 비정부단체(NGO)이기도 하다. 단체의 활동목적은 대규모 인권침해에 대응하고, 피해자를 위한 정의를 옹호하며, 분쟁 상황이나 억압적 정권으로부터 전환되는 사회들에 도움될 실질적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활동 첫 2년 동안에는 북한 내 반인도범죄 관련 증거가 있을만한 위치들을 조사기록하고 시각화하기 위한 디지털 데이터베이스와 매핑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였다. 또한 몇 가지 보충적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전환기 정의 실현 수단들을 한반도에 응용할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다. 탐색 방향은 가해자를 형사소추할 재판소 설립, 진실규명 활동 착수, 피해자 배상 조치 마련, 과거사 기록과 피해자 추모 사업 등을 포함한다.

 

단체는 창립 이래로 국제전문가들을 남한으로 초청하여 세계 곳곳의 전환기 사례나 전환기 이후 상황에 관여한 경험을 한국의 인권운동가들과 공유하게 하고, 앞으로 북한의 전환기를 대비하는 데에 유용할만한 법적-제도적-기술적-과학적 성취들을 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 세계 곳곳의 전환기 정의 실현에 기여할만한 발전된 방법과 모범사례를 찾고 확산하고자 아시아지역 인권조사기록 거점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