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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범죄 매핑


필요성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향후 대규모 유해발굴을 통한 법의학적 증거물 확보와 피해자 유전자(DNA) 감식 등 신원확인을 염두에 두고 북한 내 인권유린 피해 사망∙실종자 매장 위치와 비사법적∙약식∙자의적 처형 및 살해 장소, 그리고 관련된 증거물을 확보할 수 있을만한 장소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치 조사와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은 왜 중요하고 지금부터 필요할까요?

가해자 책임추궁에 필요한 실질적 준비

국제형사재판소 / ICC-CPI

인권범죄를 저질렀거나 그에 가담한 사람은 응분의 법적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직접 가담하지 않았지만 그에 동조하거나 지지한 사람 또한 윤리적·도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즉 피의자를 수사·기소하고 법정에서 혐의를 입증하여 실제 처벌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있습니다. 피해자와 목격자, 관련 증언자가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증거물을 확보하는 것은 특히 어려운 일입니다. 증거물 확보가 늦어지면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려워져 재판기간도 지연되고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나 열기도 자연히 식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증거가 있을만한 여러 위치들을 미리 파악해두고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해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해두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구축되는 데이터베이스와 지도는 우선 북한 내의 수많은 반인도범죄 피해자들의 유해를 적시에 발굴하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자료입니다. 또한 전환기의 혼란 속에서 군중에 의해 현장이 훼손되거나 가해자들이 관련문서나 증거를 파기할 수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데에도 필요합니다. 가능성 높은 현장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신속하게 확보하고 현장보존과 다양한 증거 수집을 가능하게 하는 길잡이로서 관련 위치를 파악해두는 것은 가해자 책임추궁에 꼭 필요한 준비입니다.

피해자·피해가족 확인과 지원에 필요

UN Photo / Eric Kanalstein

사랑하는 가족을 빼앗기거나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 가족들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유해발굴과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한 신원확인은 피해자들에 대한 추념, 피해가족들에 대한 금전적 배상이나 비금전적 지원에 대한 논의, 나아가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교육과 공공의 기억을 위해 중요합니다.

향후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유해를 발굴하고 가족과의 유전자 정보 일치여부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발굴인력과 경험 많은 법의인류학자들의 참여, 방대한 DNA샘플의 확보와 데이터 구축, 고가의 장비들이 필요합니다. 큰 규모의 예산을 필요하므로 국가적 차원의 계획 수립과 전문인력 확보 등 여러 측면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의 인력과 예산편성이 필요할지 현실적이고 타당한 계획 수립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따라서 현장 탐사와 발굴이 필요한 장소가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부터 우선 가늠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필요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이 프로젝트는 얼마나 많은 곳에 탐사와 유해발굴이 필요할지 파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특정 위치가 지목된 빈도 등을 통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발굴 가능성이 높아 우선해야 할 곳들과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곳들을 분류하여 보다 더 현실적인 정책입안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책임추궁에 대한 가해자들의 불안감 확대

UN Photo / Martine Perret

범죄는 증거나 흔적을 남깁니다. 인권범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중에 법정에서 책임추궁이나 사회적 지탄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가해자와 피의자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입증하거나 뒷받침할 증거를 없애려 시도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모든 증거를 없앤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개인이나 소수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가 아닌 체계적이고 조직화된 인권범죄(systemic and organized human rights crimes), 즉 인권범죄가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을 경우에는 연루된 사람들과 피해자들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더 많은 증거를 남깁니다. 예를 들어, 명령자·집행자·연루자들에 관한 문서기록, 목격자와 증언자, 잘못을 뉘우치고 고백하는 자 등 유무형의 다양한 증거와 흔적들을 모두 없앤다는 것은 세계의 많은 나라들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에도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의 과거와 현재의 인권유린 가해자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가해자들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조사와 기록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두려운 일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향후 북한의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정치적·포괄적 사면이 주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반인도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의 유형과 양이 늘어난다는 것은 잘못을 추궁 받지 않고 마치 없었던 일처럼 대충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북한의 가해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북한정권을 위해 일한 사람은 누구든지 처벌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소속이나 직급과는 상관없이 각자가 저지른 행위에 의해서만 추궁 받고 그에 맞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입니다. 가장 크게 책임을 져야할 자나 협력자들은 반드시 책임추궁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느껴야 합니다. 그래야만 더 이상의 악행을 멈추거나 상급자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양심에 어긋나는 비인간적 일은 거부하거나 실행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에 비추어보면 인권범죄의 실체와 구조를 밝히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증거와 진술은 과거에는 가해자였으나 장래의 처벌을 두려워하거나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 사람들에 의해 제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 이후 국제공조 압력과 모멘텀 강화

UN Photo / Jean-Marc Ferré

2014년 2월 발표된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관심과 인식이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유엔과 같은 다자인권외교무대에서 북한인권문제는 일국 차원의 문제로 다루어지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제 북한인권문제의 본질이 반인도범죄로 규정됨으로써 국제사회의 공동대처가 시급한 문제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 저질러진 심각한 인권유린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어온 세계의 여러 전환기 사회들에서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과정에 각별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접근 초점이 사실상 가해자 책임 추궁으로 모아지면서 인권문제에 대한 북한의 민감도도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강도 높은 경고의 메시지는 앞선 수십 년간 부인과 회피로 일관하던 북한의 대응방식을 눈에 띄게 바꾸어놓고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재판소로의 회부 시도를 중단하는 것을 조건으로 일부 유엔인권레짐이나 특별절차에 협력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할 때마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태도변화에는 국제적 압력이 더 이상 고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짙게 깔려있지만, 인권문제에 대한 북한 지도부와 당국의 민감도를 비약적으로 높인 것은 조사위원회 활동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히고 있습니다. 조사위원회가 “최고지도자”를 겨냥한 제재 필요성을 강력한 어조로 강조한 덕분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가해자는 반드시 추궁 받게 될 것이라는 선명한 메시지를 북한 당국에 계속 보낼 필요가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이처럼 북한 COI 보고서 발표가 가져온 의미 있는 변화의 모멘텀은 더욱 확대되고 강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전략이나 새로운 활동들로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어렵게 만들어진 기회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이 근본적이고 가시적인 개선 조치를 하지 않는 한, COI 이후 국제공조 압력과 모멘텀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에도 이 프로젝트가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전문·기술그룹의 참여와 협업, 경험과 지식의 공유

HRDAG, San Francisco

이 프로젝트에는 단계마다 다양한 과학기술의 융합과 응용을 필요로 합니다. 위성사진을 활용한 디지털 매핑(digital mapping with satellite imagery), 공간지리정보 분석(geospatial information analysis), 데이터 시각화(data visualization), 데이터보안관리(data security management), 설문과 통계분석(survey and statistical analysis), 범죄분석(crime analysis), 법의인류학(forensic anthropology) 등 관련된 다양한 기술전문그룹들과 전문가들의 참여에 개방되어 있습니다. 이는 곧 인권옹호운동과 다양한 과학기술의 창조적 융합과 협업을 뜻합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이 프로젝트의 초기 구상과 조사모델 보완, 기술타당성 테스트, 그리고 본격적인 실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해외와 국내의 연관분야 전문그룹과 전문가들의 조언과 자문을 받으며 각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의 취지와 목표에 공감하고, 경험공유와 협업을 즐기며, 미래를 내다보는 활동에 기여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계신 분들의 폭넓은 참여가 필요하고 가능한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인권운동의 외연 확대와 전문성 강화를 뜻합니다. 인권운동그룹들의 바깥에서도 국경과 문화, 영역을 초월한 협력과 참여가 확대되면 앞으로 더욱 창조적인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반도 단단해집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외로 확대되는 협력망과 전문가 풀은 향후 북한지역의 전환기 정의 구현 과정에서 실무중심의 전문그룹으로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북한의 전환기에 대비하여 발전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 모델과 결과물들은 심각한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는 지구상의 다른 나라들에도 유용한 참고가 되거나 각 나라의 현지 상황에 맞게 응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